유행성 출혈열 (Hemorrhagic Fever with Renal Syndrome)

유행성 출혈열(hemorrhagic fever with renal syndrome, HFRS)은 급성 발열성 질환으로, 신부전, 출혈, 혈소판 감소증, 그리고 쇼크를 특징으로 한다. 이 질환은 한타바이러스(Hantavirus)에 의해 유발되며, 주로 아시아와 유럽 지역에서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한타바이러스와 서울바이러스가 신증후군 출혈열을 일으키며, 한타바이러스 감염이 더 심각한 임상 경과를 보인다. 매년 300~400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법정 제3군 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1.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

유행성 출혈열의 원인은 한타바이러스 속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설치류에 만성 감염을 일으킨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된 설치류의 타액, 소변, 분변 등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되고, 이를 흡입한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킨다. 한국전쟁 당시 주한미군에서 이 질환이 처음으로 대규모로 발생했으며, 당시 약 3,000명의 환자가 발생해 큰 주목을 받았다. 연구 결과, 등줄쥐(Apodemus agrarius)로부터 이 바이러스가 분리되었으며, 한탄강에서 처음 발견된 것을 기념해 ‘한탄(Hantaan) 바이러스’라 명명되었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설치류가 많이 서식하는 야외 환경에서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특히 야외에서 눕거나 작업할 때 감염 위험이 높다. 이 질환은 연중 발생할 수 있으나, 주로 건조한 시기인 1012월에 많이 발생하며, 최근 들어서는 57월의 소유행 시기가 줄어들고, 10~12월 단일 유행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유행성 출혈열의 전파 경로]

경로설명
설치류의 분변, 소변, 타액감염된 설치류의 배설물과 타액에 있는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됨
호흡기 전파오염된 공기를 호흡기를 통해 흡입함
야외 활동 중 접촉설치류가 서식하는 야외에서 작업하거나 눕는 행위로 인한 감염

2. 증상

유행성 출혈열은 감염된 후 모세혈관의 투과성이 증가해 출혈성 경향이 나타나고, 복부 부종 및 폐 부종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질환의 전형적인 증상은 발열, 두통, 복통, 요통, 신부전, 경미한 출혈 경향 등이며, 임상 경과는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뉜다: 발열기, 저혈압기, 핍뇨기, 이뇨기, 회복기.

2.1. 발열기

감염 후 약 23주의 잠복기가 지나면 갑작스럽게 발열, 오한, 권태감, 두통 등의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환자는 구토, 복통, 요통과 같은 위장관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주로 36일 동안 지속된다.

2.2. 저혈압기

발열 후 3~6일째가 되면 저혈압기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수시간에서 2일 정도 지속되며, 혈소판이 감소하고 중증일 경우 정신 착란, 섬망, 혼수 등 쇼크 증상이 나타난다. 쇼크가 진행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며,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2.3. 핍뇨기

증상 발생 후 약 8일째에 핍뇨기가 시작된다. 이 시기는 3~7일 동안 지속되며, 혈압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신부전으로 인해 질소혈증,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는 소변량이 크게 감소하고, 신기능 장애가 심화될 수 있다.

2.4. 이뇨기

발병 후 11일째에 이뇨기가 시작된다. 이때 신기능이 서서히 회복되면서 소변량이 크게 증가하며, 하루 3~6L의 소변을 배출할 수 있다. 소변량의 급격한 증가는 심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2.5. 회복기

회복기는 3주에서 6개월에 걸쳐 소변량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신기능이 점차 회복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증상이 서서히 호전되며, 대부분의 환자는 완전히 회복된다.

[유행성 출혈열의 임상 경과]
단계주요 증상 및 특징
발열기고열, 오한, 두통, 복통, 요통, 구토 등 인플루엔자 유사 증상
저혈압기혈소판 감소, 저혈압, 정신 착란, 섬망, 혼수, 쇼크
핍뇨기신부전, 질소혈증, 고칼륨혈증, 소변량 감소
이뇨기신기능 회복, 소변량 급증, 탈수 및 전해질 장애
회복기신기능 완전 회복, 소변량 정상화

3. 진단 및 검사

유행성 출혈열의 진단은 최근 2~3주 이내에 쥐가 많은 야외 환경에 노출된 경험과 특징적인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혈액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확진은 환자의 혈액이나 조직에서 바이러스를 분리하거나, 혈청 검사를 통해 항체를 검출하여 이루어진다. 간접 면역형광 항체법이나 중합효소 연쇄 반응(PCR)과 같은 검사법이 사용되며, 이러한 진단 방법을 통해 환자는 확진을 받게 된다.

[유행성 출혈열 진단 과정]
진단 방법설명
병력 청취최근 쥐가 서식하는 지역에서의 노출 여부 확인
임상 증상 분석발열, 신부전, 출혈 등 전형적인 증상의 확인
바이러스 검출혈청 검사, 면역 형광 검사, PCR을 통한 바이러스 확인

4. 치료

유행성 출혈열은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과를 보이는 질환이다. 그러나 질병의 경과 중 발생할 수 있는 신부전, 폐부종, 쇼크 등의 합병증은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보존적 치료가 중요하다. 환자는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받아야 하며, 중증 환자의 경우 신대체 요법(투석)이나 집중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핍뇨기와 이뇨기에서 발생하는 신부전과 전해질 장애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5. 예방 및 생활습관

유행성 출혈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쥐와 같은 설치류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쥐가 서식하는 지역에서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며, 작업 후에는 철저한 손 씻기와 소독이 필수적이다. 또한, 1990년에는 유행성 출혈열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한타박스ⓡ)이 개발되었다. 이 백신은 한타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군인, 농부, 건설 인부, 실험실 종사자 등에게 권장된다.

백신 접종은 0.5㎖를 한 달 간격으로 2회 접종한 후, 12개월 뒤 추가 접종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충분한 예방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발지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는 백신 접종이 추천되고 있다.

유행성 출혈열 예방의 핵심은 설치류의 서식지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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